" 자동차 업체들이 엔진 성능을 개선하고 배기량을 높인 차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고(高)성능 차를 요구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소형차와 준중형차, 고급 중형차와 대형차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자동차 수준이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아차는 리오 후속 모델인 ‘프라이드’에 배기량 1400㏄와 1600㏄급 신형 엔진을 장착키로 했고, 현대차도 그랜저XG 후속 차종의 배기량을 2700㏄와 3300㏄로 높일 예정이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에서 이미 주력 모델의 배기량을 2000㏄와 2400㏄로 상향 조정했다. 1500㏄급 준중형차의 배기량은 이미 1600㏄로 확대됐다."
 
그동안 국내자동차 제작사가 가장 많이 들어왔던 고질적인 불만사항이 "파워 부족"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엔진배기량 늘리기의 배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에서 날로 수입차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성을 좋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라는 주장도 일견 수긍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엔진 배기량 늘리기는 2004년에 준중형차의 기준이었던 1500cc 기준이 허물어지고 그 대신 1600cc 기준이 대두되었을 때부터 엔진배기량 늘리기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준중형차가 1600cc가 되면 중형차에서 1800cc가 사라져야 하고, 따라서 중,대형 차량에 걸쳐 엔진배기량 늘리기가 도미노현상을 불러 일으킬 것은 자명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엔진은 1~2년만 사용하고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 있고, 이라크 상황이 호전된다고 해도 상승한 유가가 다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에너지 효율성에서 불리한 방향으로 차종체계가 개편되면, 향후 10년 이상동안, 석유사정에 따라 국내 정세가 널뛰기하는 경향은 심화될 것입니다. 자동차제작사가 그토록 주창하는 세계적 추세라는 것이 바로 "온실가스의 배출 저감"입니다. 경유승용차의 등장 배경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온실가스의 배출 저감입니다. 그런데,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반하여 전체 자동차 라인업을 온실가스의 배출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엔진 쪽으로 새롭게 구축하는 것은 너무 현재에만 매몰된 생각이 아닌가하는 염려가 있습니다. 대형엔진만 가지고 있다가 오일쇼크를 계기로 시장의 주도권을 독일이나 일본의 자동차업계에 빼앗긴 미국의 Big 3를 모르나요? 석유 공급에 불안감이 있을 때에는 연료효율성이 좋은 차량이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자동차 산업계의 교훈입니다. 굳이 엔진배기량 늘리기로 매진한다면, 석유 가격이 오를 때마다 자동차 판매에 어려움을 더 많이 겪을 것이라는 예상도 해야 할 것입니다.
 마치 이런 반론이 제기될 것을 알고 그런 것처럼, 엔진배기량 늘리기가 연료소비에 유리하다는 내용이 뒤따르고 있더군요.
" 자동차 배기량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은 다소 인상된 가격에 차를 구입해야 하지만 연비 향상으로 인해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크기의 승용차에 엔진 배기량이 올라가면 연비가 오히려 향상되기 때문이다. "
 일정 부분은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비를 측정하는 주행패턴과 유사하게 항상 주행할 수 있는 도로사정이라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차량의 상당부분이 집중되어 있는 대도시의 교통상황을 봅시다. 평균 시속 30km/h정도에 그치고 있어서 꽤 많은 시간을 정체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엔진배기량이 크다는 것은 차량이 서 있는 동안에 쓸데없이 소모하는 연료도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실제 주행에서는 연비가 향상되기 보다는 현상유지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길게 보는 안목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Posted by 카즈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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