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9일자 매일경제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 현대차는 보쉬(Bosch)와 공동주최한 '첨단 승용 디젤 엔진 기술 심포지엄'에서 "디젤 엔진은 가솔린엔진보다 내구성과 파워, 경제성이 뛰어난 반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는 30~60% 적게 배출시킨다 "고 주장했다. 서유럽에서도 지난해 전체 승용차 시장의 32%인 465만대가 팔렸고 디젤 승용차의 판매 비중이 올해 38%, 내년 40%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국내시장에서 디젤 승용차를 판매하지 못하는 것은 디젤이 공해의 주범이라는 인식과 유럽에서 2005년에나 적용되는 환경규제 (Euro-4)보다 더 엄격한 배기가스규제때문"이라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대기보전국은 "디젤 승용차 허용 문제는 어려운 과제"라고 전제하고 "선결조건으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며 가솔린과 디젤의 가격차가 좀더 좁혀져야 하고 특히 도심에서의 입자상물질(PM)과 질소산화물 (NOx) 저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승용차용 디젤 엔진이 개발되지 않은 대우차의 경우 "국내 실정상 디젤 승용차 허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강력한 반대 입장이다. 디젤차가 최근 환경친화적 차로 재탄생 했다는 현대차의 주장에 대해 대우차는 "커먼레일 디젤엔진이 종전보다 출력 및 연비에서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가솔린엔진에 비해 입자상물질(PM)은 5배, 질소산화물(NOx)은 3배이상 배출된다"고 반박했다. 또 국내 지형은 유럽처럼 평지가 아닌 산지,분지인데다 바람도 적어 이들 물질이 흩어지지 않아 NOx에 의한 오존공해가 심각해지고 PM으로 인한 후두암,폐암 유발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특히 "서유럽 일부국가에서만 디젤차가 잘 팔리는 이유는 환경 때문이 아니라 디젤의 경제성과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낮은 보험료 등 혜택 때문"이라고 대우차는 반박했다. "외국에 비해 국내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현대차의 불만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디젤 상용차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느냐"고 되묻고 "사회적 비용절감이 목적이라면 경차 우대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
양사 간의 논란이 각자 자기 회사의 이익을 위한 상반되는 주장에서 비롯되어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유해배기가스의 배출량, 디젤차 우대 정책 등에 있어서 대우차의 주장이 좀더 사실에 입각한 주장이라고 여겨집니다. 또, 그간의 국내 배출가스규제 개정 방향이나 배경은 환경부의 입장에서 충분히 설명되고 있습니다.
특정 차량의 판매에 관계없이 오염된 대기에서 호흡해야 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논란의 초점은 커먼레일로 대표되는 디젤 엔진의 신기술이 승용차에 탑재되어 국내시장에서 판매되었을 때 국내 대기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인지, 또는 대기 환경의 악화가 있게 된다면 그 악화의 정도가 경유의 경제성으로 보상받고 남음이 있는지에 있어야 합니다. 나중에 대기 오염을 개선하자고 환경세라도 도입하면, 그것 역시 소비자가 내야 하니까요.
사실, 디젤 승용차를 국내에 판매하지 못하면, 이미 투자해놓은 디젤 엔진 공장의 감가상각비가 걱정되는 현대가, 이렇게 디젤 승용차 배기가스규제를 거론하고 나오는 것은 국내 배출가스법규가 연료에 따라 다른 규제치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연료에 관계없이 자동차의 사용목적에 따라 규제치를 일원화한 미국식 제도를 따랐다면 연료의 종류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지요.
디젤 승용차가 판매되면 그만큼의 가솔린 승용차가 판매되지 않으므로, 전체적인 대기 오염의 영향도를 가솔린 승용차에 의한 영향도와 동일하게 하는 것이 환경정책 측면에서는 당연히 요구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2002 월드컵 때문에 대기환경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환경부는 가솔린 승용차에 대해서 이미 LEV규제라는 강력한 규제의 시행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형평성을 위해서 연료가 무엇이 되었든 승용차는 LEV규제를 만족하면 되는 것입니다. 현대가 그렇게도 커먼레일 디젤 승용차에 자신이 있어, 가솔린 승용차처럼 LEV규제를 만족시키겠다고 하면 대우도 반발하지 못할 것입니다.
외국에 비해 국내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현대의 불만은 미국과 비교하면 성립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서유럽에서 30% 이상 점유율을 보이는 디젤차도 PM의 폐암 유발 가능성 때문에 PM을 거의 발암물질로 여기고 있는 미국에서는 0.26%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결국 미래의 환경이 문제냐, 아니면 당장의 호주머니(누구의 호주머니인지는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지만...)가 문제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