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길들이지 않고 연비시험을 한다고?

  자동차 제작사들이 어떻게 해서든 경쟁사 보다 더 높은 "공인 연비"를 얻고자 노력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자동차제작사들이 기술개발에 의한 성과 보다는 단순히 "공인 연비"만을 높게 받겠다는 욕심을 앞세운 결과, 실제 연비와의 유리도가 커져서 소비자의 불만을 더 크게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정부조차 어떻게 하면 "공인 연비"라는 숫자를 더 떨어뜨릴 것인가에만 골몰하고 있는 실정이 되어 버렸네요.
  얼마 전에 교통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 기사에 의하면 벌써 시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웹지기도 이제사 알았습니다.
"오는 5월1일부터 실제 주행연비를 표기하도록 하는 0km 연비표기제도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각 자동차업체들간의 실 연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0km연비는 기존 6천400km 주행 후 연비를 측정하는 방식과 달리 출고시점으로부터 160km주행 이내에 연비를 측정, 표기토록 하는 제도로 실제 주행연비에 매우 근접한 것이 특징
이다. 산업자원부는 그 동안 자동차업체들이 표기하는 연비가 실제 주행연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등 연비표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오는 5월1일부터는 출고 이후 곧바로 연비를 측정, 표기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시행할 예정이다. 0km연비는 엔진이 최고상태에 측정한 기존 방식에 비해 리터당 평균 1∼2km가 낮아지며 특히 지금까지 발표된 연비와 큰 차이를 보일 수도 있어 자동차업체들간의 연비논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자동차업체들은 주어진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연비를 산출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자부는 5월부터 각 업체들의 생산라인에서 조립작업이 완료된 차량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 실 연비를 측정한 다음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측정. 표기한 연비와 비교해 ±5%이상의 오차가 발생할 경우 시정명령과 함께 일정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
   산업자원부가 0km 연비표기제도를 시행하면서 내세우는 것이 "실제 주행연비에 매우 근접한 것"
이라는 것이겠군요. 숫자만 줄어들면 모두 참 값입니까? 0km 연비시험은 더 작은 공인 연비를 얻기 위한 것이지, 참 값에 근접한 결과를 얻는 시험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산자부도 잘 알고 있을텐데, 차량마다 들쭉날쭉 할 결과를 가지고 그 차량 전체를 대표하는 값으로 공인하겠다니....
  그동안 6,400km를 주행한 차량으로 공인 연비를 측정했던 것은 충분히 차량을 길들인 후에 시험을 시행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한 것이며, 이것은 미국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유럽이나 일본도 모두 차량 길들이기를 한 후에 공인 연비를 측정합니다. 차량 길들이기를 하지 않은 채 공인 연비를 측정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세계화가 곧 표준화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산자부는 남에게만 "세계적 기준"을 들먹이지 말고 자기들부터 세계적 기준을 따라야 하지 않나요? 환경부가 경유승용차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당 배기가스규제를 강하게 해놓자, 그 규제가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것이라며 "세계적 기준" 운운하던 그 세계화 논리를 왜 자기 일에는 적용하지 않나요?

Posted by 카즈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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