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잡지 "시사저널" 2003년 6월 5일자(제 710호)에 아주 좋은 기사가 실려 있어서, 그 기사 내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정부는 경유승용차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그것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이 기사 내용의 대부분이 본 웹지기가 한번 정도는 다루었던 이야기이어서,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되니 정말 반갑습니다.
 
<< 한국에서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가 천만 대를 넘은 것이 바로 엊그제 일인 것 같은데, ‘승용차’만으로도 벌써 천만 대를 돌파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마이카에 대한 열망이 커서 생긴 결과이다. 한국은 자동차 생산량에서도 세계 5위 안에 들 만큼 명실상부한 자동차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이로운 성공담을 접하면서 개운치 않은 것은 왜일까. ‘질적 성장’이 ‘양적 성장’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질적 성장의 ‘코아(core)’는 ‘환경 친화도’를 달성하는 정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환경 친화도는 연료의 효율성과 오염 물질 배출량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환경 친화도=기술 수준’이라는 등식을 설정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싶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연료비와 점점 엄격해지는 배출 허용 기준 모두를 만족시킬 묘수는 ‘기술’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환경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시판 자동차의 ‘환경친화도 성적표(Green Vehicle Guide)’를 보면 한국의 자동차 들은 대부분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자동차가 내뿜는 대표적인 독성 물질은 일산화탄소(CO)·탄화수소(HC)·질소산화물(NOx)·미세 분진(PM) 등이다. 대기 오염 물질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도 다량 방출한다.
  일산화탄소는 체내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저하시켜, 심장병 환자에게 치명적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는 강렬한 태양 빛과 만나 오존(O3)을 생성한다. 오존은 스모그를 유발하고 시정(視程·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대 거리)을 감소시킨다. 또 천식 환자와 같은 호흡기 환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미세 분진은 눈에 보일 정도로 큰 것(예:검댕)에서부터 2.5㎛ 이하까지 다양한 크기가 존재하는데, 인체 피해 면에서 보면 작을수록 유해하다. 대기 중의 각종 독성 물질을 담아 폐 속에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앞으로 시판될 디젤(경유) 승용차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가솔린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지만, 질소산화물과 미세 분진이 월등히 많다. 그래서 미국 환경부는 디젤 매연을 잠재적 발암 물질로 규정하고 더욱 엄격해진 배출 허용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통상 마찰을 이유로 허용 기준을 완화하면서까지 디젤 차 보급을 서두르는 ‘악수(惡手)’를 두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차 홀대. 출퇴근과 레저가 자동차를 구입하는 주요 동기이면서,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4륜 구동이나 높은 마력을 지닌 차량만을 원한다. 이 모두 우리의 도로 사정과 어울리지 않는, 대기 오염을 악화하는 소비 유형이다. 연비가 낮고 더 많은 대기 오염 물질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배기 가스는 인간에게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고, 남성 정자의 양과 질을 저하시켜 생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의 배기 가스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노약자와 어린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자동차 정책은 환경 정책과 연계해야 한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건강 피해를 가중시키는 차량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치르게 할 필요가 있다. >>

Posted by 카즈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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