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로에서 많이 보이는 경유 자동차의 뒤를 따라 가다 보면, 최신형 경유 자동차라고 할지라도 가속하거나, 오르막 길을 올라갈 때 배기구에서 까만 매연이 나오는 것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버스나 트럭에서 나오는 매연은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익숙한 모습이고.... 이 매연은 연료 중의 탄소 성분이 엔진의 연소실에서 연소 과정 중에 고체상태로 변하여 배출되는 것으로 다양한 입자 크기를 가지고 있는 탄소 알갱이입니다.
그런데, 이 탄소 알갱이가 만들어진 배경이 연료 중의 탄소 성분이므로, 그 양의 대소는 다르지만 탄화수소계열 연료를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 내연기관에서는 배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혀 매연과는 관련이 없을 것같은 가솔린 엔진에서도 매연이 생성되어 배출될 개연성은 있지만, 그 생성량 및 배출량이 정상적인 경우에는 매우 미소하기 때문에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솔린 엔진에서 탄소 알갱이의 생성이 전혀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외부에서 인식될 정도는 아니지만, 탄소 알갱이가 연소의 결과물로 생성되므로, 좀 오래된 가솔린 엔진 내부나 흡기계, 배기계는 탄소알갱이로 덮이게 됩니다. 이것을 carbon deposit라고 합니다. 이렇게 가솔린 엔진 내부에 덮이는 탄소 알갱이는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흡기계에 엔진 오일과 뒤범벅이 된 상태로 존재하는 탄소알갱이는 엔진 제어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흡기계 내부의 공기 흐름을 방해하여 심할 경우에는 엔진 시동이 꺼지는 고장을 유발합니다. 또, 연소실로 연료를 공급하는 인젝터(연료분무기)의 통로를 막을 수도 있고, 흡기밸브 후면에 퇴적된 탄소 알갱이(카본)는 분무된 연료의 일부를 흡착하여 연료 공급의 부족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흡기밸브 후면에 퇴적된 카본을 특별히 IVD(Intake Valve deposit)라고 하는데, 이것은 연료량 제어를 방해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없애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을 없애기 위한 상품들은 이미 시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은 엔진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성능을 복원 시켜주는 기능만을 할 뿐이지, 엔진의 잠재력 이상으로 성능을 키워주는 기능은 가질 수 없습니다.
반면에 연소실 내부 벽면을 뒤덮고 있는 카본은 엔진 성능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연소실 내부에 퇴적된 카본을 CCD(Combustion Chamber Deposit)라고 하는데, 이것은 연소실 내부의 체적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여, 결과적으로 엔진의 압축비를 미소하나마 상승시켜주는 구실을 합니다. 물론, 압축비 상승은 노킹 발생 염려를 더 크게 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 차이가 노킹을 염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서 연소실 내부에서 카본이 덩어리 상태로 커지는 현상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CCD는 꼭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물론 CCD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연료의 완전 연소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므로 연료경제성 측면에서 좋을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없애야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엔진 내부의 카본은 차량의 운전 습관에 따라서 발생량에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수동변속기 차량에서 비교적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변속을 할 때 많이 발생합니다. 아직 토오크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속하게 되면 운전자는 원하는 속도에 도달할 때까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 결과 연료의 공급이 많아져서 카본 발생도 많아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여유구동력이 충분하게 운전하는 습관이 필요하며, 탄화수소 연료를 태우는 차량에서는 카본의 발생은 피할 수 없으므로, 일정기간 주행하면 반드시 흡기계 카본을 제거하는 차량관리가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