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도 기억상실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요즘의 승용차는 모두 엔진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전자제어유니트(E.C.U.)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ECU는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엔진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데이터를 기억할 뿐만 아니라, 학습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부품으로 구성된 엔진은 구성 부품 하나하나가 모두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각각의 부품은 모두 일정 범위의 허용오차, 즉 부품편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약간의 부품편차가 있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운전조건에서 각 부품들의 작동이 모니터되고, 이 내용이 학습되고 기억됨으로써, 차후에 다시 유사한 조건에서 운전될 때, 학습된 내용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습기능의 장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학습된 기억은 후천적인 것이어서, 배터리와 ECU의 연결이 끊기는 일이 발생되면 기억이 소멸됩니다. 차량도 기억상실증에 걸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배터리를 교환한 후에 차량의 공회전 상태가 불안한 경우를 경험해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학습된 기억을 상실해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ECU에는 기억장치로 ROM(Read Only Memory)과 RAM(Random Access Memory)이라는 2종류가 있습니다. 엔진을 전자제어하는 기본 데이터는 바로 ROM에 기억되어 있습니다.

ROM

ROM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만, 공통되는 성질은 전원의 공급이 차단되어도 기억되어 있는 내용이 소멸되지 않은 것입니다. ROM에 내용을 기억시키려면 ROM Writer라는 전용 장치가 필요한데, 자동차에는 이 장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엔진이 작동 중에 ECU가 오작동하더라도 ROM에 기억되어 있는 내용이 변환되는 일은 없습니다. 따라서 최초로 자동차를 제작할 때, 엔진 제어에 필요한 데이터가 기억되어 있는 ROM이 ECU에 장착됩니다.즉, 차량의 운전 상태에 따라 변경되지 않는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로직이나 데이터는 ROM에 기억됩니다.

RAM

반면에 RAM에 기억되는 내용은 자동차의 주행상태에 따라 학습된 결과로 주행 도중에 변경되는 것이 가능합니다. 여기에는 전자제어장치에 의한 엔진의 자기진단기능(Diagnosis)도 포함됩니다. 자기진단기능은, 엔진의 어딘가에 고장이 발생하면 그 정보를 기억하고, 나중에 수리를 위하여 이 정보를 요청할 때에 해당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비 및 수리에 도움을 주는 기능입니다.
RAM에 저장된 정보들은 인위적으로 변경될 필요가 있는 정보이거나, 차량의 주행 중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 성격을 가지는 정보이며, 이 정보들은 배터리의 전원공급이 차단되면 소멸되는데, 따라서 기억이 소멸된다고 해서 차량의 작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아닙니다.

  배터리를 차단했을 때 상실되는 기억정보를 가지고 있는 RAM은 엔진제어장치 외에도 여러 장치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동 위치조절 시트(Auto Adjust Seat), 라디오의 선국 기억 등도 모두 RAM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또 하나, 요즘의 제어장치에는 FlashROM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읽기와 쓰기가 가능하고 또 바테리 전원이 나가도 지워지지 않아 위의 예에서 RAM에 저장되던 정보의 일부가 이 Flash ROM에 저장됩니다. 

Posted by 카즈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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