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0일과 11일에는 연이틀 계속해서 자동차 리콜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10일에 발표된 것은 말썽 많은 차량으로 둘째 가라고 하면 서러울 카니발 디젤차와 트라제의 뒤를 잇는 듯이 출고한지 반 년도 지나지 않아 엔진제어장치를 손대는 카렌스 2.0 LPG의 리콜 소식이었다.
  11일의 건설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 리콜 조치돼 부품교체나 수리된 차량대수는 국산자동차가 17건 96만9천174대로 전년도인 1999년에 비해 9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종별로는 현대의 화물차인 뉴포터가 배기관 덮개 불량으로 25만5천9대의 리콜이 이뤄져 가장 많았으며 엔진오일 누유가 발생한 EF소나타가 9만2천883대로 뒤를 이었다. 건교부는 "이처럼 리콜이 증가한 것은 조사 방법과 강도가 높아진 탓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신고의식이 높아지고 제조회사의 서비스가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지만,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는다.

  조사 방법과 강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소비자들의 신고의식은 확실히 높아졌다. 이것에 인터넷의 기능이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리콜대수가 많아진 것이 과연 제조회사의 서비스가 향상되었기 때문인가? 작년에 네티즌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안티사이트나 자동차관련 사이트의 게시판에 가보면, 제조회사의 향상된 서비스의 실정을 알 수 있다. 리콜의 대상이 되는 부품의 고장들도 대부분 운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어야 선심 쓰듯이 시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동일한 차량에서 이것 저것 돌아가면서 리콜해대는 것과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두 번 이상 리콜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이것은 결코 서비스의 향상이 아니다.
  서비스의 목적이 무엇인가? 서비스의 제1 목적은 소비자의 만족이다. 운전자가 만족하는 것은 새 차를 구입하였을 때 최소한 3~4년은 큰 탈없이 굴러가는 것이고, 또 어쩌다 고장이 난다고 하더라도 간단하게 수리되어 일상생활에 아무런 불편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국내의 상황은 어떤가? 차량을 구입한지 3개월도 안되어서 차량구입을 후회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니 외국조사기관이 차량구입 후 100일 이내의 만족도를 조사하면 한국차들이 하위에 몰려 있는 것이 당연한 결과 아닌가. 안에서 새는 쪽박이 밖이라고 해서 안 새겠는가?
  지금 국내에서 힘을 얻고 있는 '리콜을 많이 한다는 것은 서비스가 향상된 결과'라는 말은 리콜과 관계있는 사람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제작사가 차량의 수리 내용을 매월 자체적으로 수합,분석하여 보고 하게 되어 있고, 특히 어떤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 수리를 받게 되면 자동으로 리콜 예비 단계로 들어가게끔 정책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미국 것을 많이 차용하고 있는 정부가 왜 이것은 차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제작사들도 판매에만 급급하여 차량의 개발을 충분하게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시장에 내놓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00년의 리콜마당을 이름 값하듯이 장식했던 트라제가 카니발의 성공에 자극받아서 출시를 앞당겼었다는 것은 다 아는 바이다. 이번에 엔진제어장치를 리콜하는 카렌스 2.0 LPG도 처음에는 라인업에 끼지 못했으나 경쟁차인 레쪼를 상대하기 위해서 제작된 차이다.
 
만일, 그렇게 많은 고장이 발생하는 것이 예년과 다를 바 없는데, 2000년에 리콜이 증가한 것이 제작사들의 서비스가 향상된 때문이라면, 서비스가 향상되기 전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자에게 강요한 것인지....

Posted by 카즈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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