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1999년 들어 자동차 제작사들 중,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두 회사간의 시너지 효과를 주창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공개 발표한 리콜계획 및 실시경과를 살펴보면 과연 이 제도가 순수하게 운용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먼저, 현대자동차는 99년 1월부터 8월 사이에 생산된 EF소나타 택시(LPG)의 라디에이터 팬 모터 리콜, 99년 6월에서 7월 사이에 생산된 베르나의 수동변속기 리콜,99년 8월 부터 10월 사이에 생산된 그랜저XG의 자동변속기 등속조인트 리콜,99년 11월에 생산된 트라제XG(LPG)의 연료 과충전 밸브 리콜 등, 거의 전 생산차종에 걸쳐 자발리콜을 실시했거나 실시 중에 있다. 한편, 기아자동차도 99년내내 카니발 디젤 자동차의 3차례에 걸친 리콜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신뢰성을 가지지 못하게 해 왔다. 요즘 인터넷의 자동차 관련 사이트의 게시판을 보면 트라제도 카니발의 뒤를 이을 것 같다.(어쩌면 벌써 카니발을 추월했다. 출시한지 2개월 남짓한 시점에 계속 메뉴를 바꿔가면서 리콜을 하고 있으니까)
트라제는 현재 LPG엔진만 탑재되어 있다. LPG차량에 있어서는 연료계의 고장이나 누기로 인한 화재나 폭발의 위험성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항상 경계를 하고 있는데, 트라제에서 리콜을 실시하고 있는 부품이 연료 봄베의 연료 과충전밸브이고, 또한 얼마 전에 매스컴에서 이야기된 점화코일도 연료와 공기의 혼합기를 발화 시키는 데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품이다. 즉, 가장 중요한 부품들이 리콜의 대상품목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물론, 자동차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차량에 적용되는 부품의 수가 2만개가 넘고, 또한 모든 부품을 직접 제작하지 않기 때문에, 그 각각에 대해 완벽한 품질관리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한다. 이번에 이야기된 점화코일은 LPG차량에서는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품이다. 이 부품은 우리나라 LPG차량의 최대 약점인 역화(Backfire)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자동차 시장도 개방된 이 시점에, 자동차 기술 선진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품질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정하도록 해야 되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자동차 제작사의 책임이며, 자발적 리콜실시가 이것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출시 하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차량이 리콜을 여러 번 한다는 것은, 우선 그 차량이 제대로 개발되었고 충분한 시험과 생산준비를 거쳐서 생산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의심이 가게 한다. 경쟁사(?) 혼자서만 재미 보는 것을 그냥 놔둘 수는 없어 충분히 개발되지도 않은 차를 출시 해놓고, 실제적으로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자동차회사의 이름(?)만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로 하여금, 리콜을 할 때마다 아까운 시간을 소모하게 강요하면서, 겉으로는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리콜한다고 홍보하는 것은 아닌지... 진실로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진 차량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리콜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더 좋다. 소비자가 시장에서 차량을 시험해 줌으로써 차량을 완성해가는 방법으로 리콜제도가 악용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자동차제작사도 동의하리라 믿는다.